EUPHONIOS LIFE

3월 13일

나는/말합니다 2013.03.13 10:04 by 뭘 계산합니까 swanker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보니 하루에 글을 일정량 이상 써야합니다.

그렇다보니 올리고 싶은 여행기나 기타 많은 생각을 정리해 낼 시간이 없네요.


하지만 멈추지 않고 천천히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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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 Tokyo 2일차 (part 1)

존재했음/2012, Tokyo 2013.02.28 22:26 by 뭘 계산합니까 swanker

전날 생각보다 느즈막히 잠들었다. 피곤함과 잠의 비례가 가끔 깨어지는 그 날이 하필 여행 첫날이었던 것은 딱히 탓할일도 아니고 좋은일은 아니지만 무작정 걷는 일이 많다보니 약간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동경에 도착해 둘째날에는 츠키지 시장을 가보려고 했었으나, 미리 인터넷으로 시장 휴무일을 알아봤더니 토요일 일요일 모두 휴무로 되어 있었기에 애초에 포기했었다. 아침잠을 어느정도 챙길 수는 있었으나 제공되는 조식을 챙겨먹기 위해 씻지도 않고 식당으로 내려가서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핸드폰이며 사진기 아무것도 가지고 내려가지 않아 그 증거가 남아있지 않지만, 대충 설명하자면 세가지 정식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 먹을 수 있고, 아침 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었다.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도 못차린 채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밖으로 펼쳐진 호텔 주변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화창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하늘은 우중충하게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일기예보와 다른 날씨였기 때문에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뙤약볕에서 장시간 걸어다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에 활기차게 둘째날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호텔을 빠져나와 구글 맵에 의지한 채 아키하바라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을 지나는 차로 보건대 분명 버스가 있는것 같지는 않았고, 굳이 버스를 탈 이유도 없었고 둘 다 걷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산책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건물은 우리나라와 별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이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는 것이 어느정도 느껴졌다) 왼쪽에서 주행하는 자동차, 드문드문 보이는 표지판과 안내문, 한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간판이 다시금 내가 생소한 장소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했던 거리의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서울도 물론 깨끗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부분들도 많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편의점 앞을 지나다 주인이 잠시 묶어놓은 강아지를 발견하곤 사진을 찍었다. 주인을 기다리며 연신 앞발을 들고 캥캥 거리고 있었다. 



길을 가던 중 만난 조그만 천이 인상적이었다. 집이 불광천 근처이다 보니 하천 정리가 잘되어 있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닌데, 그와는 다른 형태였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뭐가 더 잘 되어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다리위에서 한적하게 물만 흐르는 곳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아키하바라 도착하여 그 유명한 곳에 들어가보게 되나 했지만, 썩 관심이 가는 것들이 있지 않다보니 자세하게 정보를 찾아놓은 것이 없어서 그 일대의 구경은 관두기로 했다. 역으로 들어서는 그곳엔 스타워즈 피큐어들이 놓여있고 전시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기다리는 많은 그 분들이 계셨다. 물론 나도 스타워즈가 궁금해서 좀 더 자세히 보고자 했지만 전시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JR 일일 패스를 구입하여 하루동알 JR로 돌 수 있는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하고 최초 목적지는 동경도청으로 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혐한 감정이 고조되어 있었던 터라 지하철 내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귓속말로 뻥긋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관계로 그 어색했던 첫 지하철 탑승 순간은 막을 내렸다. 처음이 힘들지 두번째부턴 잘 타러 다닐수 있지 않을까.




신주쿠 역에 내려 도청  방면 출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내가 찍다보니 잘 못찍은 부분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도청 방면이라고 한글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도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길 표시를 영 이상하게 해놓았던건지 우리가 길에 대해 무감각한건지(이건 솔직히 인정못하겠다) 모르겠지만 한참을 찾아 헤매이고 나서야 도청이 보이는 밖으로 이어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헤메던 도중 밖이 보여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보이는 큰 건물들은 이제 제대로 도심에 들어섰구나 하는 생각을 주기에 충분한 높이를 자랑했다. 하지만 내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고 있던 도청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시 왔던길로 돌아가 길을 헤매이기 시작했다.



복도를 헤메이다 발견한 헤메이는 비둘기 사진을 찍어봤다. 정말 싫어하는데 외국에 나오면 자꾸만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건물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명을 미워하고 싶진 않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당신, 우리 서로 멀리 지냅시다.



끝없이 이어진 복도를 따라 도청 방면으로 걷고 걸었다. 유난히 조용하게 발걸음 소리만 울리는 복도가 주는 위화감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긴 복도의 끝에서 밖으로 통하는 곳을 발견하고 나오자마자 엄청난 높이의 동경도청을 발견했다. 뭐에 쓰려고 도청을 저렇게 높이 지어놓은지는 모르겠지만, 저런건 배우지 말았으면 좋겠다(우리는 우리 세금가지고 너무 장난질을 많이하니까..). 한참을 걸어간 후에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곤 그곳에 들어섰다. 남는건 사진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도청을 등지고 서봤다.





가까이에선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높이에 다시한번 "우와, 크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도청이 뭐 그리 클 일이 있냐 싶은 생각이 드는것은 막을 수 없었다. 경제적인 부분과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있을 순 있겠지만, 정부부처 건물이 너무 크면 난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 때문이리라. 



두개의 입구 중 들어와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를 선택해서 전망대로 향했다. 저녁시간도 아니고 왜 이시간에, 그리고 날도 흐린데 전망대를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은 '낮에도 보고, 밤에도 보자'다. 동경에는 몇군데의 높은 전망대가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여러곳에서 전망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무료에 신주쿠 일대로 접근해서 전망 구경 후 관광을 시작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서 고른 첫번째 여행 코스였다.


전체적으로 날이 흐리기도 했고, 플래시를 따로 챙겨가지 않았던 터라 사진 밝기가 들쑥 날쑥한 편인데, 그 또한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고 느껴져서 나는 일부러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사진을 부탁했다. 등 뒤로 보이는 꾸물거리는 하늘은 저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사진에서는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내려다 보이는 여러 풍경은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지런하다기 보단 산발적으로 생겨난 듯 보이는 크고작은 자갈 위에 큰 돌덩이들을 얹어놓은 듯한 모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반듯반듯한 이쁜 모양은 아니었지만, 골목골목 존재하는 작은 길목들을 상상하며 서울에서 느끼던 푸근함을 상상했다. 낯선 골목의 좁은 언덕길은 가끔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공간이다.








원래는 두개의 타워를 모두 구경하려 했으나, 솔직히 그렇게까지 도시 전망을 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에 타워를 내려와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로 했다.

예영이는 동경에 오면 플리마켓이 궁금해서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출발 전 플리마켓을 검색 해보았었지만 이것 또한 츠키지 시장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곳은 휴무로 나와있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청을 나와 근처 공원으로 이동하던 중 공원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도청 옆에서 열린 플리마켓은 몹시 절묘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옆에선 응원단 연습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이 아닌것 같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사진 찍힌 상태 다음 장면은 하늘로 냅다 던지는 것이었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보였다. 



본격적으로 플리마켓의 물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좋은 물건이 싸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플리마켓의 장점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뒤져보기로 하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패션아이템에서부터 장식품, 식기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제품을 들고나와서 팔고 있었고, 판매자 각각의 개성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썩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할 수는 없었고, 발걸음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도청쪽으로 향하는 육교위에 자라고 있는 식물 사이로 멀리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보였다. 물론 정확히 그곳이 맞는지 확인할 길을 없었지만.



플리마켓에서 만난 강아지와 그의 주인이 다가와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우리는 강아지와 인사를 시도해 보았으나 도도한 강아지는 제 갈길만 급하게 가버리고 우리를 돌아보지 않았다.



정확한 길을 가기 보단 구글맵에 의존해 길을 걸었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하라주쿠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다시 가라고 하면 갸우뚱 거리기는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찾아 갈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글맵은 필수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Takeshita Street 라고 쓰여있다. 하라주쿠에서 유명한 거리라고 하는듯 한데, 구글맵에 이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올 수 있었다. 역시 발걸음은 사람의 흐름이 만드는구나 라는 생각을 재차 하게됐다.



젊음이 느껴지는 거리 한복판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명동과 몹시 흡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인이 많고, 사람이 많고, 각종 유명한 샵과 프랜차이즈가 즐비한곳. 다른점 하나라면 명동에는 무덤표시가 많다.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그다지 갑갑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을 정도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거동이 힘들고 사람에 밀려다니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유명한 크레페 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개인적으로 단 음식을 무지 싫어하기 때문에 저런 음식을 먹을 일이 거의 없고, 예영이도 마찬가지로 썩 내켜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바로 맞은편엔 현지인들이 좋아한다는 크레페 가게가 있었는데 이곳 역시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줄서는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새치기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대답을 듣고자 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기다림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기다림이 있겠지만, 크레페만큼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지나가다 발견한 뉴에라가 많이 보이는 편집샾을 찍어보았다. 내부에선 촬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밖에서 급하게 한컷을 찍고 말았는데, 이곳에 마음에 드는 뉴에라가 꽤 많이 있었지만, 환율이 좋지 못해 사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빠듯한 여행자금을 편성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래도 다시 올 수 있을것을 기약하면서 가게를 나서서 발길을 재촉했다.



하라주쿠를 지난 후 방향을 시부야로 확실히 결정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된건지 정신없이 돌아다녀서일지 모르겠지만, 둘다 배가 슬슬 고파져 오고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먼저 먹자고 결정한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으나 역시 한끼정도는 거나하게 먹어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검색해 보았을 때 나름 유명하다고 나온 미도리 스시에 가기로 결정했기에 시부야로 행선지를 정한것이다.


시부야로 걸어가는 그 길에는 여러가지 유명 브랜드 샵이 즐비해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 샵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쪽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모두 보고있긴 하지만 딱히 챙피하다거나 한 것은 없었다. 여행자의 어드밴테이지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많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줄지어 있었다. 노스페이스 매장중에 국내에선 볼 수 없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있어서 찬찬히 구경해보았다. 딱 봐도 괜찮아 보이는 제품들의 일색이었으나 역시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에 가격표를 보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스태디움 자켓이 있어서 가격표를 보았으나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6-7만엔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림의 떡을 보고 있자니 더욱 더 허기가 지는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피엘라벤이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았던 관계로(들어와 있었을 수도 있지만 한군데 정도밖에 없었을 것이고, 물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표기함) 매장이 보이자 우리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예영이 때문에라도 등산 브랜드는 눈여겨 보고자 했었고, 피엘라벤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서 못보기 때문에라도 보자는 심산으로 매장에 들어섰다. 30퍼센트 정도 세일중에 있었으나 브랜드 자체가 싼 브랜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겨울 제품또한 세일 품목이 있긴 했으나 그 품목이 다양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굳이 지금 살 이유도 없기도 했었기 때문에 가볍게 본 후에 콜롬비아 매장을 훑어보았다. 콜롬비아는 딱히 이렇다 하만한 제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둘러볼 수 있었다.



뜬금없이 있는 절인지 사원인지 모를 공간. 



매장에서 보통 사진을 못찍게 하는 것 같아서 소심하게 사진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보이는 매장의 전경을 담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는 패션 아이템 리뷰를 위해 일본에 간 것이 아니니까.


아트모스(ATMOS) 매장에 들어서서 제품들을 보던 도중 들린 음악은 다름아닌 강남스타일이었다. 한창 뜨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일본 한복판에서 듣게 될줄은 몰랐다. 친근하긴 했지만 별 감흥이 들거나 하는 순간은 아니었다. 아트모스를 지나 WESC 매장에 들러보았다. 한물 완전히 간 브랜드라 그럴진 몰라도 대부분이 세일 제품이었다. 값싼 청바지가 있으면 한벌 구입하려 했으나 사이즈가 제대로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WESC가 처음 뜰때만 해도 옷에서부터 헤드폰에 이르기까지 날아다녔던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에만 한물 간건지 아니면 간게 맞는지 모르겠다.





배는 고파오고 주변에 편의점도 하나 없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반가운 표지판을 발견했다. 시부야역이 700미터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지판이었는데, 제대로 된 길을 가는게 반가우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거리가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걸으며 여행하는게 즐겁지 않았다면 벌써 버스라도 탔을 심정이었을 예영이를 생각하면서, 어서 가서 맛있는 것을 먹자며 갈길을 재촉했다.



흔하디 흔한 도시의 풍경속에서 접하는 미묘히 다른 느낌을 사진으로 모두 표현할 순 없지만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철길 옆으로 이어지는 육교위에 잠시 멈춰섰다. 세월이 어느정도 지난듯 보이는 허름한 장소는 항상 도시 속에선 눈여겨 보게 되는 것 같다. 







10여분 이상 길을 따라 걷고 나서 구글맵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는 거의 신주쿠 역에 다 와 있다는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이윽고 드디어 시부야역에 도착했음을 역 출구를 발견하는 것으로 알아차렸다. 그제서 조금 더 멀리 바라보니 시부야 일대의 대형 건물과 화려한 옥외 간판, 네온사인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행인터라 지도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정도로 번잡했다.





그 유명하다는 시부야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서 두리번 거리며 우리가 가야하는 곳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렸다. 지도와 건물 이름만 가지고 찾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건널목을 건너면서 사진을 몇장 찍어보고 앉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다시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건널목 중간에서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담아보고 싶었지만 더 높은곳에서 찍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신호가 끊겨버리기 전에 서둘러 길을 건넜다.





방금 전 건너고 난 그 건널목 맞은편엔 방금 누가 건넜느냐는 듯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하긴, 강남역에 가보아도 이런 풍경은 항상 벌어지니 특별할 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검색한 결과 신주쿠 마크 시티에 미도리 스시가 있는것을 재차 확인하고, 마크시티를 찾기 시작했다. 건물이 크긴 했지만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그 안에서도 한번에 찾을 수는 없었지만, 여행전 검색했던 사진이 딱 생각나는 공간을 발견해냈다. 길게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과 앞에서부터 한팀씩 안내하고 있는 종업원의 모습을 발견했다. 줄을 서지 않고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마주하고 나자 고팠던 배는 거의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쉽게 빠져주어 30분 밖에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 바에 앉자 유리창 안으로 신서해 보이는 참치살이 눈에 띄었다. 냉동 참치만 알고 맛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 참치가 아니라 츠키지 시장에서 공수해다 쓰는 그 참치일 것이다.



예영이는 모듬 스시를 시켰고 나는 오로지 참치만 들어있는 스시를 시켰다. 애피타이져로 계란찜이 나왔다(너무 배고파서 사진이 잘 안나왔다기 보단 이 여행에서 내가 사진을 너무 못찍었다). 식감으로 보아하니 계란찜을 중탕으로 한 것 같았다. 부드러운 계란찜은 확실히 입맛을 돋구는데 한몫 톡톡히 해냈다.



조그만 종지에 샐러드가 약간 나왔다. 게살인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 느껴졌다.



주문이 들어가면 스시를 만들어 앞에 있는 접시위에 놓기 시작한다. 보통 모듬을 시키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나, 참치만 시킨 내것은 한눈에 봐도 나를 위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참치의 두께가 얇아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론 참치의 크기도 컸고 두께 또한 상당했다. 





완성된 스시가 내 앞에 놓여졌다. 여덟개의 스시가 쥐어져서 올려진 후에 가운데 김으로 말린 무언가를 더 내어 올렸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스시집에서 8피스만으로 배를 채우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내 앞에 상당한 크기의 참치가 올라가있는 스시가 나오자 이정도면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예영이의 모듬 스시세트가 나왔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재료들이 큼지막하게 올라가 있는 이 세트의 눈에 띄는점은 장어가 통째로 올라가 있는 초밥이었다. 


참치맛을 표현하자면, 지금까지 먹어왔던 싸구려 참치는 느끼하고 차가운 기름덩어리라는 느낌이지만, 우리가 이날 먹었던 참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맛이었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참치를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지만(물론 국내에도 비싼만큼 질 좋은 참치를 파는 곳은 있는것으로 안다) 확실한것은 이곳에서 지불한 가격으로는 국내에선 이정도의 참치를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츠키지 시장에서 최고라는 스시집을 가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듬하나와 참치만 나오는 스시 하나를 시켜 적절히 나누어 먹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재료가 아니라면 모듬은 말 그대로 모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치가 특별히 맛이 있기 때문 아닐까.



점심을 먹은 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최대한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빡빡해 보이는 여행도 사실 나쁘진 않다. 자리에 오래 있지 않을 뿐,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에는 아낌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한번 끊어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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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1, Tokyo 1일차

존재했음/2012, Tokyo 2013.02.27 17:32 by 뭘 계산합니까 swanker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라는건 보통 나에겐 거짓말이었다. 항상 빠듯한 예산을 가지고 없는 시간을 만들어 꼼꼼한 계획을 세워서만이 할 수 있는것이 내겐 여행이었다.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니 그 계획은 어쩌면 갑작스러운 여행의 충동에서 시작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결국 충동의 실현인 것일까.

2012년 초반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유라곤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와중에 문득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시간적 여유는 넘쳐났으나 개인적인 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물질적 여유라곤 눈꼽만큼도 남아있지 않던 나지만, 근근한 수입과 맞물린 소셜 커머스의 항공권 할인은 거칠다 싶은 여행 충동을 일으켰다. 상황에 대한 도피적인 의도가 느껴졌지만 그 또한 현실의 완벽한 외면이라기보다 환기의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뜻 항공권 구매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한참 지난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는건 여행의 기록보다는 기억을 토대로한 하나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간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지 모르겠다. 이미 그때 날 스쳐간 타지의 공기나 풍경이 전하는 독특한 느낌은 진작에 휘발해 버렸다. 아주 진했던 몇가지 커다란 토대만이 알콜램프의 심지마냥 남아있는 상태이고, 날아가버린 그것과는 다른 현재의 느낌이 채워진 그 램프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고 할까? 분명 불은 붙겠지만, 그때 당시의 그 느낌과 과연 같은 것일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은 망각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헤진 기억의 끈 보다는 기록의 지표를 따라 때지난 여행기를 써보고자 한다.


8월의 어느날이었던가, 9월의 초순이었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나와 예영이는 여름 휴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이렇게 더웠던 여름이 있었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며칠 쯤은 휴가를 가서 더위를 피해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원도를 가서 바다구경을 한 후 유명한 횟집에서 회라도 한접시 먹고 돌아오는 길에 초당두부라도 먹고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해 볼까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심심했었다. 항상 특별함을 바란다기 보단, 이번엔 조금 특별했으면이라는 '이번만 컴플렉스' 때문이었을까. 조금더 조금더 특별함을 찾아보자고 허덕이던 와중에 동경 도깨비 여행에 대해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인천에서 저녁시간에 출발해서 하네다에 도착 후 송영버스를 타고 정해진 호텔에서 2박을 한 후 월요일 새벽 비행기 편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예영이가 출근하는데도 큰 지장이 없을 듯 보였고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여행코스였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없이 항공편 예약을 서두르게 되었다.

보통의 행사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상품은 가장 싼 패키지는 왕복 항공권에 대한 내용만을 제공하고, 호텔 숙박과 송영버스, 그리고 마지막날 저녁 온천 후 공항 송영버스를 제공하는 각각의 옵션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심정에서 동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송영버스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채 하네다에 내려서 시내까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호텔이 더 싼 곳이 있을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몇날 며칠이 걸려 검색해보았으나 마침내 결론은 '포기'. 모두 포함되어 있는 옵션이 그래도 가장 저렴하다는 결론이었다. 첫번째로 호텔 숙박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썩 많이 찾아보지는 않고, 지인을 통해 수소문 해보았는데 '니혼바시빌라 호텔' 정도면 썩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것보다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에 대한 답도 썩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호텔은 초장에 포기해 버렸었지만, 호텔이 있는 곳까지의 접근은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hyperdia(http://grace.hyperdia.com/en/)라는 동경 지하철 노선 및 환승, 시간표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서 아무리 계산해보아도 12시가 가까이 되어 도착한 그 시간에는 시내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것을 재차 확인한 후에야 눈물을 머금고 쉽게 탈탈 털어낼 수 있었다. 모든걸 포함한 것에 세금과 항공권 가격을 더하니 20-25만원 정도 들게 되었던 것 같다. 분명 강원도에 놀러가는 것보다 많이 들 것 같은 느낌이 왔지만, 굳이 멈출 생각도 없었다.

호텔과 그곳까지의 접근방법에 대한 해결이 된 후에는 그 동선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고, 먹고, 사진찍는다는 그런 곳들에 대해 세세하게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경제적인 소비활동을 할 수 있을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뜨고있다는 몇 곳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한번쯤은 가볼만한 랜드마크,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 냈다. 출발하는 날까지 이 작업은 멈출 수 없었다. 여행이 짧다보니 아무래도 동선을 최적으로 짜는것이 가장 필요한 작업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막상 당일이 되면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분명 계획 부족보다는 계획 과다일지도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분명 계획은 내 위주이지만 상황은 내 주위를 채우는 그 모든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쩌려고 해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맥락에서, 여행 계획을 모두 짜 놓은 상태에서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날아왔다. 전반기에 한번 미룬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는 미룰 수 없어서 미리 동대에 전화를 해서 알아봤던 내용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근무하던 분이 알려주신 날짜와 다른 날짜에 나온것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여행주 수요일에 입소하여 금요일 17시가 되어야 끝난다는 것이었다. 날벼락 같은 이야기까진 아니지만, 여행의 근간을 흔드는 기분이 썩 좋지않은 소식이었다. 아예 여행 취소의 문제는 아닌것이, 수원에서 빠르게 출발해서 공항으로 가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또한 어찌될지 정확히 모르는 사안이기 때문에 출발하는 날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날 차가 밀리지도 않았고, 예영이와 신사역 근처에서 밀리기 직전의 적절한 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만난 순간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싶을 정도로 마음이 들떠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이 밀리지 않을 시간이긴 하지만 올림픽 대로가 그렇게 사람들 마음에 어울리는 답을 내놓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뻥 뚫린 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마침내 한산해지고 공항까지 속력을 낼 수 있게 되자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재차 확인했던 여행 계획을 프린트한 종이와 아이패드를 연신 바라보았고, 여전히 더운 햇살이 쏟아지는 터라 잠시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기도 하며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미리 알아보긴 했지만 동경의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을 받고 수속을 하기 전 롯데리아에 들렸다. 이곳에선 다른 지점과 다르게 치즈버거를 팔고 있지 않아서 빠리바게트로 발거음을 돌렸다. 롯데리아는 다른것을 구매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서부터 다시한번 확인하게 됐다. 차선책이었던 빠리바게트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저녁시간이 지났었고,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런것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들 중 하나일까. 공항내에서 식사를 위해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를 수 있는 폭이 이렇게 좁은줄 미처 몰랐었다.

수속을 마친 후 탑승게이트 근처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가져온 짐을 확인하고 빵을 뜯어먹으며 우리의 탑승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래도 이 시간이 가장 떨리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면서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이 되어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걸어가던 그 길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공항의 모든 부분들이 오랜만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행기마다 타러 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티케팅을 일찍한 관계로 좋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보통은 사고가 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비상구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만약 나쁜일이 생긴다면 도울수나 있겠냐만은 그러겠다고 한 후 앉은 이 자리의 장점은 역시 넓다는 것이다. 비행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가고 싶은게 누구나의 마음 아닐까. 창밖에 보이는 날개 끝을 향해 사진기 셔터를 눌러보았지만, 플래시를 터트릴 작정도 아니었고 좋은 사진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시커면 수평선 위의 불빛만 미약하게 보일 뿐이었다. 떠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나로부터 멀어지는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두려움과 기대감을 묘한 형태로 만들어 내어 내 마음을 가볍게 뒤흔들었다. 



이내 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했고, 빵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던 우리에게 기내식이 나왔다. 음료 대신 맥주 하나를 요청했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사진찍어놓은 모양새가 영 맛이 없어 보이도록 나왔는데, 아주 정확하게 잘 찍은 사진인 듯 싶다. 기내식에서 뭘 기대하겠냐만은 그래도 기대도 없이 사는건 재미없지 않은가.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셨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도 치고 시간을 보냈다.





졸렸는지 예영이는 잠을 청했고, 나는 다시 아이패드와 프린트물을 들여다보며 과연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통비가 비싼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프리패스로 얼마나 알뜰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고, 그것은 모아놓은 정보를 토대로 경로를 어떻게 잘 구성하는가의 문제는 곧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었다. 하지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이 나올리는 없었고, 이내 포기하고 한창 재미들려있던 플랜트 vs 좀비를 몇판 하기 시작했다. 예비군 훈련에서 찌뿌둥했던 몸 탓에 잠자기보단 좀이 쑤셨던 터라 쉽게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마침내 비행기가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오기전부터 방사능 문제와 혐한 감정으로 인해서 걱정하시던 부모님들덕에 도착 후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역시 사람사는 공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라는것이 첫 느낌이었다.






출국수속을 하기위해 줄을 서있는동안 내가 얼마나 쓸데 없는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도착한 후 아무리 빨리 출국 수속을 마친다 해도 10-15분은 걸릴것이고 나가서 초행길에 지하철을 탑승해서 호텔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미련스럽기까지 했다. 그 부분에 대한 포기를 여전히 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다시한번 마음이 가벼워 질 수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송영버스를 타기 위해서 기사분을 찾기 시작했다. 기사분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는데, 예영이와 둘이 이야기를 하다가 이미 지나친 것이었다. 안내를 받아서 버스를 찾게 되었는데, 우리를 포함한 다섯명 정도의 인원이 송영버스를 이용하게 됐다. 이 버스는 미니밴이라고 보기에는 그것보다 좀 작은 사이즈의 승합차였는데, 신기했던 점은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는 것이었다.

기사분께서는 모든 인원이 오신 것을 확인하고 호텔로 출발을 시작했다. 이 여행 패키지에서 호텔이용을 하지 않는 여행객 대상으로(정확하진 않지만) 첫째날 저녁에 오다이바에 있는 오오에다 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송영 패키지가 있는 관계로 바로 호텔로 가지 않고 온천에 들렀다 가는 코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 차에 앉아있게 되었고, 운전사 아저씨(재일교포이신 것 같았다)와 또 혼자 여행오신 아저씨 이렇게 네명은 일본 여행에 관한 정보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게 되었다.

운전사 아저씨는 관광으로 예전만큼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너무 많이 알아보고 오기 때문에 딱히 관광을 위한 패키지에서 운전기사로써 할 일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았다. 요새는 그런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나 또한 구글 어스로 그 지역 일대를 이잡듯이 뒤져본 후에 도착한 터라 내심 찔리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운전사분은 나와 예영이를 호텔로 운송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내가 움츠려 들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알아보고 왔던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경에 살고 있는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것 같다면서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간간히 길을 가던 도중 동네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셨는데, 오다이바에 있는 경찰서가 '춤추는 대수사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영화로만 한번 접해봤었는데,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그때 알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구해서 보거나 하진 않았다.


니혼바시빌라 호텔에 도착한 후 운전사 아저씨의 친절한 도움으로 체크인을 무사히 마쳤고, 저녁에 도착하면 할게 없기 때문에 미리 그 근처에서 알아봤던 편의점을 방문했다. 근처에 술집도 없고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딱히 더 걸어나가거나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 비해 다채로운 품목이 눈에 띄었다. 도착한 첫날부터 편의점에서 물건 사진 찍고 할 정도로 사진 남기기에 대한 열망이 부족한 탓에 편의점 사진은 따로 남기지 않았다. 다양해서 눈도 많이 돌아가긴 하지만 음식에 좋지 않은 첨가제가 많이 들어가는걸 알고 있어서 간단한 과자 종류와 맥주만 사기로 결정했다.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일본에 여행가기로 결심한 것은 무모함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편의점에서 계산할때 웃긴 일이 벌어졌다. 술을 사기 때문에 19세 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보이는' 문구가 계산대 포스에 찍힌것이다. 19세 인증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여권을 찾기 시작했고 여권을 보여주기도 전에 직원이 우리에게 '다이죠브'라고 말하며 화면의 버튼을 터치하라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처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참을 찾던 우리는 버튼은 터치했지만 그 '다이죠브'라는 말이 대체 뭔지 나와서 검색하고야 나서 알 수 있었다. 최소한의 서바이벌을 위한 일본어도 모른채 그 한복판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고, 기분좋게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맛있다는 일본 맥주(기린보단 에비수가 더 맛있었다)를 한잔 마시고 바로 잠들기로 했다. 아침부터 분명 우리의 일정은 엄청 빡빡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하루가 지났다는 생각은 다음 일정에 대한 압박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1일차의 밤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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